네이버 블로그 작성일 2021. 9. 4. 14:46

신의 소업인가? 인간의 죄업인가?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에리나입니다.
한동안 여러가지 고민과 귀찮음으로 리뷰는 물론 블로그 갱신조차 전혀 안했습니다. 그런데 3개월 동안 정말 하나도 안 쓰니 이러다가는 정말 블로그를 영영 방치해버리는 게 아닐까하는 위기심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예전에 쓸려 했지만 타이밍이 안 좋아 리뷰를 안 쓰고 방치해둔 게임 레이징 루프를 리뷰해보고자 합니다.
일본에서는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레이징 루프라는 게임입니다. 페그오에서 반고흐가 나오는 이벤트 스토리를 당담하기도 했고 소설도 쓰고 그노시아와 최악의 재액인간에게 바친다라는 비주얼노벨 게임들의 설정 검수를 하기도 했지만, 시나레가 쓴 오리지널 비주얼노벨은 이 레이징 루프와 데스매치 러브코미디라는 두 작품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레이징 루프 하나만으로 작품이 굉장히 알차 시나레가 어떤 느낌의 시나레인지 대강은 감이 잡힙니다.
레이징 루프는 인랑게임(한국에서는 마피아 게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x호러 를 컨셉으로 하는 비주얼노벨입니다. 주인공이 시골마을 중에서도 폐쇄된 시골마을, 그런 시골마을에서도 추방된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들어오게 되면서 한 밤마다 한 사람씩 죽이는 잔인한 연회와 죽어도 계속 시작 지점으로 돌아오는 루프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살인 게임과 루프 그리고 시골 마을...이런 설정들에서 나오는 소재와 전개들은 대강 감이 오실 겁니다. 바깥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토착 종교와 풍습들 그리고 예전에 일어난 잔인한 일들. 재밌으니까 자주 끌려나오는 소재이지만 뻔하다면 뻔한 소재입니다. 이걸 대충 자극적으로 풀어내면 그냥 심심풀이 작품이 되었겠지만...시나레의 특징으로 흥미진진하게 또 소름돋게 풀어냅니다. 다만 이런 비주얼노벨이 다 그러듯이 결말은 좀...아니 많이 아쉽지만요.
이 게임은 주인공인 후사이시 하루아키의 눈을 통해서 마을의 상황이나 주민들의 행동이나 감정들을 치밀하게 묘사합니다. 심지어 밤에 자기 전, 주인공이 플레이어들을 위해서 하루동안 본 걸 정리까지 해주면서 추리해주죠. 그리고 이 마을 보통 마을이 아닙니다. 폐쇄되고 단결된 마을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서 윗마을의 차별은 일상다반사에 언제나 빈곤으로 허덕이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몇십년씩 사는 어른들, 그리고 태어날 때부터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 아주 건강하고 문제없는 정신 상태일리가 없습니다. 이런 곳에서 계속 같이 살다보니 서로에게 여러 감정을 가지게 되고, 신의 이름 아래에 늑대로 의심되는 사람을 추려내는 연회에서도 이어집니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 혹은 자기목적을 위해서만 움직이지 않죠.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가진 여러 감정으로 움직이고 의심하고 죽인 끝에 난장판을 만들어냅니다. 게다가 사람을 죽이는 과정이 쉬울 리가 없어요. 신의 이름 아래에서 행해진다고 미친짓이 미친짓이 아니게 될 리가 없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탁자에서 밥먹고 살던 사람을 풍습에 따라 죽여야 한다니. 이 과정에서 밖에서 보면 말도 안되는 전체주의 논리가 연회의 기본 논리가 되기도 합니다. 또 당연히 늑대로 지목되면 순순히 죽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날뛰는 사람들도 있고 이 과정이 절대 평탄하지 않습니다...이걸로 또 서로에게 원한을 가지고 난리치기도 하고 다른 의미로 미친짓을 벌이기도 하고...이런 난장판을 마을에서 살아가지도 않은 외부인의 눈으로 치밀하게 묘사하는걸 보면서,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이 마을은 미쳤다 사람들은 미쳤다 하면서 탄식하는 게 이 게임의 큰 재미이죠. 게다가 폐쇄된 시골마을 주민들의 이런 감정과 행동들이 음산한 브금과 주인공의 객관적인 시선까지 어우러져 정말 여러모로 즐겁습니다. 심지어 여기다 마을에 뿌리깊게 박힌 토착종교가 어우러지면, 한층 더 광기가 넘실거려 몇몇 장면들은 소름돋기까지. 그리고 이 난장판에서! 우리들의 재수없는 주인공 후사이시가 한 발 떨어진 시선에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정치질과 함께 추리를 해줍니다.
제한된 단서, 블러핑인지 진실인지, 여기서 주인공은 정말 기가막히게 뇌를 돌려줍니다. 주민들에 대한 정보를 루프를 통해 계속 수집하고 단서를 얻어 마을사람들을 설득하면서 누가 늑대인지 머리를 계속 굴립니다. 머리를 돌리는 게 얼마나 기가 막히는지 저는 도중에 주인공의 추리에 감탄해 스스로 추리하기를 그냥 포기했습니다. 매일 주인공이 정리를 해주지만 알 게 뭡니까. 제가 무슨 머리를 돌려도 주인공이 그 열배는 더 하는데. 물론 주인공무쌍이 아닙니다. 주인공이 크게 활약을 하긴 하지만 늑대들은 물론이고 아무리 봐도 두뇌 캐릭터로 안 보이는 사람들까지 머리를 굴려서 연회를 진행합니다. 보통 이런 게임에서 한두명쯤은 그냥 죽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나 단순 트롤러 혹은 사건을 만들기 위한 민폐 캐릭터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런 단순한 위치의 캐릭터는 없습니다. 다들 이 마을에서 가지는 자신의 위치 그리고 정보와 감정을 가지고 필사적으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이 두뇌게임은 너무 많은 설명에 지치거나 좀 늘어질 수는 있어도 마을사람들의 감정선까지 합쳐서 흥미진진합니다. 이래서 게임이 끝나고나면 마을 사람들에게 다 나름의 정이 들어버립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치에미가 가장 귀여워요. 치에미 예뻐 치에미 귀여워.
그리고 이 게임에서 중요한 건 마을사람들의 두뇌게임뿐만이 아닙니다. 밖으로 절대 나갈 수 없는 마을이나 규칙을 어기면 내려지는 신벌, 인간모습을 한 늑대, 늑대의 역할을 맡은 마을 사람의 행동, 그리고 마을의 풍습이자 미쳤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살인 연회, 루프를 통해 여러 시선으로 보면서 어디까지가 정말 신의 소업인지 아니면 인간의 죄인지 파헤쳐갑니다. 특히 '늑대'의 정체가 이 신소업인간죄업이라는 테마에 직결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토착 종교의 풍습 아래에 행해진다고 해도 다들 당연하게 처형하는 걸 꺼립니다. 하지만 늑대가 정말 같은 마을사람을 밤에 죽이게 되면서,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억지로라도 게임을 진행하면서 광기에 휘말립니다. 대체 늑대의 정체가 무엇인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정말 신의 적이 된건가, 아니면 순수한 인간의 악행인가 이 부분은 플레이하면서 주인공과 함께 고민해보면 더 즐거워집니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정말 흥미진진하고 좋은 점밖에 없는 게임으로 보입니다만!....안타깝게도 큰 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전체적으로 '이 장면은 좀 더 중요하게 다뤄줬으면 좋겠는데.' 하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분명 비장하고 슬픈 부분인데 한발자국 뒤에 위치한 주인공의 시선으로 풀다보니 충분히 묘사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또 치에미와 후사이시의 성우, 이 둘의 연기는...음...성우가 아니라 가수를 하는 게 더 낫겠어요. 뭐 여기까지는 단점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작품의 특성이라고 느낄 수도 있어요. 또 개인적으로 후사이시가 대체 무슨 성격이고 어떤 특이한 특성을 가진 건지 그 분의 설명을 들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뭐 이것도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다, 하고 넘길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단점은 다름 아니라...바로 최후반부 그 자체입니다. 최후반부에 진상이 밝혀지고 갈등이 해소되고 멋지게 클라이맥스를 맺으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세번째 루트이자 마지막 루트의 암흑 루트의 중후반부터 뭔가 전개도 묘사도 조금씩 설렁설렁해지기 시작하더니, 진상풀이는 그야말로 다큐멘터리라 불릴 정도로 only 설명뿐에 마을 사람들의 갈등은 설렁하게 해결되고 후반부는 급전개와 억지전개투성이로 마무리지어집니다...진상으로 말하고자 했던 바는, 이 힘들고 폐쇄된 마을의 부조리를 통해서 계속 보고 느끼는 인간의 모순과 합리화를 잘 집어줍니다. 하지만 전개가 이렇게 엉성해서는 감동도 뭣도 안 느껴집니다...엔딩 후일담은 나름 유쾌해서 좀 낫긴 나았습니다만... 자기는 이런 후반부를 감당할 수 있다던가 이런 전개는 이미 익숙하다! 덤벼라! 라고 하실 수 있다면 이 게임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왠지 이렇게 마무리하니 추천하지 않는 거 같지만 후반부만 빼면 잘만들었고 이렇게 치밀한 게임은 또 별로 없으니까요.
후반부만 뺀다면...참 당당하게 추천할 수 있지만....
후반부가...
하여간 일본에서 아는 사람은 안다는 유명한 비주얼노벨. [레이징 루프] 한 번 관심가져주세요. 지금 동인 한글화도 진행중입니다.
이렇게 마무리하니 참 그러니 게임 리뷰와는 관련이 있는 듯한? 없는 듯한 이야기도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은 [쓰르라미 울 적에]라는 유명한 비주얼노벨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페쇄된 시골마을과 신벌인지 인간의 짓인지 알 수 없는 현상...물론 아류작은 아니고 시나레가 쓰르라미에서 보고 느낀 걸 자기 방법으로 열심히 푼 작품이라고 지금 쓰르라미를 하면서 느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라고 해야할 지는 잘 모르겠지만...레이징 루프는 쓰르라미랑 스토리가 비슷한 부분은 있어도 훨씬 냉소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보면 됩니다. 쓰르라미는 청춘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배경은 어두울 지언정 등장인물들끼리의 연대와 교류는 뜨겁죠. 하지만 개인적인 추측에 의하면 이런 뜨거운 연대와 교류에 레이징 루프 시나레는 크게 납득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간이 이만큼 서로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리가 없다,는 아닙니다. 인간이 이렇게 금방 후회한 뒤 일어서고 마음을 고쳐먹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이보다 좀 더 질척하고 느리고 시야가 좁다고...이런 감상을 가지고 쓴 게 레이징 루프 아닐까요. 뭐 어디까지나 추측이니 적당히 흘려들어주세요. 아니 흘러듣지 마시고 둘 다 플레이해보시고 자기가 보기에 어떤지 판단해 주세요. 그리고 또 레이징 루프를 하셨다면 그노시아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노시아가 레이징 루프의 영향을 꽤 받아서 만들어진 작품이고 그노시아도 인랑+루프물인데, 둘이 놀라울 정도로 하나부터 열까지 분위기부터 게임 구조까지 전부 다릅니다. 현재 닌텐도 스위치뿐만 아니라 스팀에도 출시했습니다!
예전에 제가 리뷰를 하기도 했으니 참고해주세요.
https://erinasumu.tistory.com/15 <에리나가 쓴 그노시아 리뷰
GNOSIA 그노시아 리뷰
네이버 블로그 작성일 2020. 6. 16. 20:34 몇달전부터 동물의 숲을 사게 되면서 매일매일 닌텐도 스위치를 켜게 되었고, 그 덕분에 매일매일 닌텐도 스위치 뉴스도 같이 보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erinasumu.tistory.com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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