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작성일 2020. 9. 26. 2:08

저에게 밀실의 새크리파이스를 하게 만든 동생님이 영업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솔직히 잘 만든 작품은 절대 아닙니다. 어설픈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고 히로인들이 그렇게 매력적이지도 않습니다. 하는 사람에 따라 괴작 아니면 망작으로 나뉘어질 겁니다. 그리고 보통 이런 작품들이 으레 그러듯 특이한 맛이 있습니다.
카오스 헤드는 공상과학 시리즈 중 하나로 제일 먼저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다른 작품과 비슷하게 인터넷에 함몰된 주인공이 괴이한 사건들에 휘말리면서 점점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기존의 작품들과 나름 큰 차이점이 있다면 주인공 니시죠 타쿠미는 이 사건들에 휘말리기를 처음부터 절대 원치 않았습니다. 도망치기를 바랬고 그럴려고 노력했는데 결국은 휘말려버립니다. 게다가 심각한 사회부적응자입니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정말 1도 모르고, 매일매일 애니를 보고 게임을 하면서 그걸로 대인관계에 대한 욕구를 채웁니다. 그래서 게임 내내 나오는 건 괴로워하고 힘들어하고 소리치는 타쿠미입니다. 얼마나 궁지에 몰렸는지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얼마나 이상한 생각을 많이 하는지...거기에 이 게임은 모든 힘을 다 씁니다. 주위 사람 말을 빌리자면 타쿠미 혼자서 인간극장 찍고 있습니다. 진상도 잘 안 파헤칩니다. 자기가 내키면 좀 찾아보고 아니면 일방적으로 알아버립니다. 자세한 진상 같은 건 조연과 주연 사이에 있는 반 형사라는 캐릭터가 다 파헤쳐줍니다. 그렇게 타쿠미는 점점 더 괴로워지고 반 형사는 진상에 다가가다 보면 10장이 나오고 뜬금포 전개가 튀어나온 다음 엔딩을 맞이합니다.
엔딩은 진짜 어이없었고 대체 내가 왜 이 게임에 시간을 쏟은 건가 잠시 후회의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정말정말 어이없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10장에 진입해서야지 드디어 이 게임이 진가를 발휘했다고 하는데 저는 정반대입니다. 그냥 게임이 공중의...저 파란 하늘 위로 날라가 있습니다. 그래도 이 게임을 추천해준 동생하고 이리저리 얘기하면서 해석을 하다 보니까 받아들여지기는 하더라고요. 아니, 오히려 꽤 재밌었습니다. 제작진이 정말 거기까지 의도한 건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들기는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해석이 딱입니다. 이 해석에 대해서는 나중에 스포 절취선 치고 난 뒤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게임의 커다란 특징은 여러가지 있지만 그 중 하나, 시스템에 관련된 것은 망상 트리거라는 시스템입니다. 화면에 검은색의 원테두리 형태의 도시실루엣이 쳐지면 vita기준으로 컨트롤러의 양옆을 눌러서 이 상황에 대해 긍정적 망상을 하느냐 부정적 망상을 하느냐 고를 수 있습니다. 단순 개그나 잔인한 상황이 나올 뿐인 망상 트리거도 있지만, 주인공이 이 상황에서 바라는 희망이나 거부하고 싶은 공포를 엿볼 수 있는 망상 트리거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주인공의 망상...이다 보니까 보기 힘든 것까지 나옵니다. 정,정말 이렇게까지 생각해야 겠어?라는 망상도 나오지만, 뭐 망상이니까요. 게다가 작품이 전개됨에 따라 이 망상 트리거는 타쿠미와 플레이어의 망상과 현실을 뒤섞어버리는 장치이자 연출로 이용됩니다.
이 게임의 다소 특이한 연출은 커다란 특징 중 하나입니다. 연출이 아주 좋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애초에 작품 자체가 b급을 의도한 것도 강합니다. 하지만 비주얼노벨로서 다양한 연출은 시도할려고 노력한 게 보였고, 오히려 살짝 어설픈 면이 작품의 애매모호한 매력을 더 살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걸 몰라도 음성 연출은 꽤 잘했습니다. 사실 자세하게 적고 싶지만 미리 이러이러한 게 있다고 말을 하면 재미없어질 거 같으니 리뷰에서는 적지 않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연출에 관해서는 비주얼노벨 업계 관계자가 참고로 봐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할만한 게 아니라고 느낀다 하더라도 재밌을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캐릭터에 관해서는...그냥 신기합니다. 보통 주인공이 몰개성하거나 매력이 없고 히로인들이 개성만점인 경우가 많은데 카오스 헤드는 아닙니다. 여기서는 히로인들이 정말 규격에 따라서 행동합니다 여동생 규격...전파계 규격...츤데레 규격... 일본 애니나 만화 라노벨 등에서 보이는 캐릭터성의 표본같은 히로인들뿐입니다. 근데 주인공은 다릅니다. 그냥 찌질 주인공도 아니고 정말 현실적으로 찌질거립니다. 현실사람들하고 어울리는 건 손해라고 정말 보람차게 살고 있다고 의기양양하게 생각하다가도 자기는 방구석의 쓰레기라고 우울해합니다. 사람을 기피하면서 막상 사람들이 어울려주면 기뻐하면서 무지 힘들어합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여자 상대로 이상한 망상을 합니다. 그리고 궁지에 몰릴 때 나오는 심리가 정말...보는 제가 불쌍해집니다. 어떻게든 벗어날려고 망상으로 얼마나 발악을 하는 지, 분명 짜증나라고 만든 캐릭터인데 보면볼수록 그냥 가엽습니다.
그리고 주위 의견까지 반영해서 말하자면 카오스 헤드는 이 니시죠 타쿠미라는 캐릭터에게 얼마나 이입할 수 있는가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게임 중간에 나오는 설문조사표를 보면 제작진들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거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카오스 헤드는 사람에 따라서 괴작이냐 망작이냐로 나뉩니다. 그리고 갠적으로 망작의 원인 중 하나는...작가가 이야기의 구조를 짜거나 떡밥을 뿌리는 걸 정말 못합니다. 떡밥이 풀리는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떡밥 푸는 실력 별로라는 생각 외에는 별 생각이 안 들었고, 초반에 보여주던 괴기한 현상들의 진상은 정말 그렇게밖에 못 만들냐는 생각이 듭니다. 초반에 헉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라고 기대를 부풀려놓은 건 절대 제대로 보답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중 가서도 헉 이게 대체 뭐지??라고 기대를 부풀려놓고 제대로 보답해주지 않습니다. 타쿠미의 진상에 관해서는 진실을 알아버린 타쿠미의 심정은 잘 풀었지만 떡밥을 제대로 던져놓은 게 별로 없습니다. 이야기를 지탱하는 건 주인공과 고어한 사건들뿐입니다.
noah는 나중에 나온 추가판인데 히로인들의 개별 루트가 덧붙여진 겁니다. 하지만 개별 루트는 정말 루트라기 보다는 엑스트라 단편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맞습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지만, 히로인들의 안 풀린 설정들이 더 풀리고 전개가 강렬해 카오스 헤드의 매력이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진하게 들어가 있어서 할 거면 노아를 추천합니다. 아야세, 세나 루트는 추천 못합니다...개인적으로 시간낭비였습니다...
게다가 이 개별루트에 짧지만 나름 강렬한 백합이 들어가 있습니다. 백합이라고 추천하면 뺨 세대맞고 차일 거 같은 백합이긴 하지만! 그래도 꽤 강렬한 백합이 있습니다.
강렬하지도 않다면...용서해주세요.
스포절취선을 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정보를 알려주자면 카오스 헤드는 동인 한글 번역이 있습니다. 동인이라고는 하지만 공식 못지않은 퀄리티입니다. 하지만 noah가 아닌 pc일반판에만 사용이 가능하니 이 점은 유의해주세요.
이 밑으로 10장과 엔딩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을 적었습니다!!
-----------------------------------------스포 절취선----------------------------------------------------
저는 10장은 타쿠미의 망상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그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온갖 고난과 고통에 숨어들고 싶어하기만 하고 도망치고 싶어하던 애가 갑자기 각성해서는 적들을 물리치더니, 서로 좋은 기억이라고는 별로 있지도 않은 히로인들이 주인공을 위해서 기도를 해주고, 최종보스의 최종공격도 모두의 힘을 합쳐 벗어나더니, 사디스트악역 그 자체였던 최종보스가 갑자기 모든 건 세계 평화를 위해서였다!!라고 말해준 덕분에 타쿠미는 세상과 히로인을 두고 멋지게 히로인을 고르게 됩니다.
평범한 전개지만 타쿠미는 평범한 주인공이 아니니까요.
카오스 헤드는 특히 중간중간에 나오는 망상 트리거로 흔한 애니의 전개가 주인공과 얼마나 거리가 먼 지 보여줍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대로 된 성장이니 뭐니도 갖추지 않고 각성? 이상해도 너무 이상합니다. 특히 9장은 그야말로 타쿠미가 얼마나 망가져가는지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이건 제작진들이 제대로 생각하기를 멈춘 게 아닐까 생각하다가 깨달은 겁니다. 이건 고도의 비웃기가 아닐까. 그러면 모든 게 이치가 맞습니다.
타쿠미의 지금까지 망상은 현실과 그래도 어느정도 구분을 둔 망상이었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현실과 망상의 경계가 흐려집니다. 그러다 끝내 9장에서 자신이 진짜 인간이 아니고 진짜 타쿠미가 만들어낸 망상이라는 걸 알아버리고는 너무 정신적으로 몰린 나머지 엄청난 망상을 하게 된 겁니다, 정말로 세상 그 자체를 덮어쓰는 망상을. 그래서 지금까지의 긍정적 망상같이 히로인들은 자기를 좋아해주고 지지해주고 싫은 녀석들은 전부 물리치는 전개가 펼쳐진 겁니다.
정말로 이 해석이 맞는 걸까요? 제작진의 10장 전개가 진짜로 진심이면 어떡할까요.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전 제 해석이 마음에 드니까요. 설령 아니라고 해도 전 제 해석을 믿고 살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 아무래도 좋은 여담인데 새벽에 카오스 헤드를 리뷰하면서 나름 호평을 하니 정말 한 마리의 타쿠미가 된 것 같습니다.
기분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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