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비주얼노벨계에 살짝 핫한 게임이 하나 있습니다. 무료 게임이고 플탐도 그리 길지 않은데 지금 시점(2026-1-13 3:39am)에서 4430개의 평가의 결과가 압도적으로 긍정적임입니다. 예전에 게임친구가 sns에서 한 말이 기억남는데 스팀 평가의 압도적으로 긍정적이 나오면 자기가 이 게임과 맞든 안 맞든 그 줄여서 '압긍'의 이유가 있는 게임이라고 했습니다. z.a.t.o도 그런 게임입니다.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게임이지만 비공식 한국어 패치가 있습니다.
Z.A.T.O. // I Love the World and Everything In It 한글패치
Z.A.T.O. // I Love the World and Everything In It의 팬 번역 한글패치 입니다.스토리_ “1986년, 소련. 폐쇄 도시 보르쿠타-5에서 이라 그라체프스카야가 실종되었을 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조용한 아
ttupduh.tistory.com
https://youtu.be/qjlY1ksx4tw?si=m0DoSLuUOqAw1_E5
z.a.t.o의 오프닝입니다. 무료 비주얼노벨인데 이 안의 애니메이션이나 연출을 다 자기 혼자서 했다는 점이 참 대단하죠. 오프닝을 봤는데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 정확히 보셨습니다.
저도 게임 소식을 흘려듣고는 언젠가는 하겠지 하면서 흘려보냈습니다. 그런데 저의 클론이 이걸 플레이하고나서는 하루종일 자토에 대해서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리고 그걸 보고 '아 이거 뭐가 됐든 무언가가 있는 작품이구나!'라고 느끼고 작품의 감상을 보기는 커녕 이름만 나오면 바로 날려버리고 사람들이 그린 팬아트들도 저장만 하고 보지않았습니다. 그리고 꽤 순수한 마음으로 자토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토는 플레이시간이 대충 6~8시간쯤 된다고 합니다. 참고로 한글패치도 있습니다. 저는 5.3시간만에 다 플레이했다고 스팀에 기록이 나와있네요. 후반을 좀 빠르게 한 것도 있지만 절대 안 깁니다. 뭐 속았다고 생각하고 플레이하세요.
대충 이쯤되면 작품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눈치 챌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근데 자토는 뭐 반드시 숨겨야 하는 중대반전?...없는 건 아니지만 별로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근데 이야기하지 않는 건 그냥 이 게임을 순수하게 즐겨줬으면 하는 마음에 최대한 저의 감상을 억누르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의 스포를 다 포함한 일기나 자기고백문같은 감상은 이보다 더 밑에 스포절취선 밑에 있습니다.
일단 주관적인 이 게임의 객관적인 부분을 말하자면 굉장히 현학적인 부분이나 현실과 상상을 구분할 수 없는 부분들이 군데군데 나오는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선택지가 없는 비주얼노벨입니다. 흔히 말하는 절대적 진실이나 복선도 다 알려주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보는 사람의 주관에 맡기는 게임입니다. 안 맞을 사람은 절대 안 맞을 타입이죠. 하지만 그렇다 해도 짧으니까!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임은 1인제작이라 들었는데 게임 캐릭터 스탠딩이나 글은 제작자가 다 만든 거 같고 브금은 무료 브금을 썼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작품과 하나가 되어서 작품의 폭을 넓히는데 굉장히 성공적인 bgm 배치입니다. 왜 이런 게임을 무료로 배포했나 싶지만 제작자는 아마도 이 작품을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더 퍼트리고 싶었다고 생각합니다. 자토가 이 제작진이 세상에 보내는 전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부터 작품에 대한 감상을 적습니다. 사실 몇시간 전에 엔딩을 본 작품이고 지금은 새벽 4시에 다가가고 사실 제대로 된 리뷰를 쓸려면 자고 일어나서 쓰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 아샤처럼 뭔가 일종의 사명감에 사로잡혀서 지금 내가 느끼는 걸 기록에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 감상글을 쓰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이걸 쓰고 있는 시간도 좀 아깝습니다. 새벽에 쓴 글이니 이 사람 뭔 소리 하는 거야 싶으면 그냥 넘어가세요. 그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저도 이게 맞는 선택인지 모릅니다. 솔직히 좀 틀린 선택같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스포절취선 치기 전에 하는 말은
저는 중립적?으로 말하면 완고한 사람이고 좋게 말하면 자기 생각이 확고한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꽉 막히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궁금심에 자토의 스팀평가란을 봐서 자토 감상을 봤는데 아니야!!!!!자토는 그런 이야기 아니야!!!!!!!하고 있습니다. 사실 자토는 보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 다를 것이고 그건 자기 자유 감상이고 사실 제가 이래라 저래라 할이야기는 아니죠 제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일종의 내가 남의 의견을 함부로 짖밟는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 믿기 위한 저의 최소한의 예방선에 불과하고 그냥 제가 !!!!!를 붙인 말이 그냥 저의 순수한 마음입니다.
네 그럼
넘어갑시다
자토는 아샤라는 굉장히 소극적이고 내향적이고 학교 애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아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어느날 자기를 몇 번 구해주고 신경써준 적이 있는 이라라는 동경하는 동급생이 실종된 것으로 거대한 이야기가
시작하지 않습니다.
뭐 이 주인공이 사는 세상은 이상한 연구소가 있고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고 불온한 일이 일어나고 바깥과 격리된 공간이지만 이 이야기는 그저 아샤,마리나 어쩌면 바딤 그리고 또 어쩌면 이라의 나날입니다.
자토는, 굉장히 쓸쓸한 이야기입니다. 아샤는 매일 플레이어 입장에서 자극적이거나 가학적인 괴롭힘이 아닌 일상적이지만 괴롭기에는 충분한 고통을 주는 집단괴롭힘을 받으면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샤는 자신을 불쌍히 여기거나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은 우주, 이 세상에 감사해야 한다고 자주 생각합니다. 자기는 괜찮은 나날을 지내고 있으며 돌발적으로 잊히지 못할 즐거운 일이 찾아오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샤는 자기는 우주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라같은 이질적인 존재가 자신을 몇 번 구해준 이후로는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건 아샤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거나 정말로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을 견디기 위해 취한 방법이 세상의 좋은 면모만 취하고 부정적인 면모는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 것으로 분류하고 자신의 사고에서 치워버립니다. 그리고 이걸 정당화하기 위해 자기가 본 이야기, 들은 지식 특히 우주의 원리를 들고와서 이야기합니다. 우주는 흔히 세상 그 자체 무한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과학이 세부적인 건 몰라도 대충 큰 틀로 우주는 그렇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저는 과학을 잘 모르지만 제가 지금까지 들은 과학의 인상은 그렇습니다.
아샤는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흥분하기도 하고 다시 풀이 죽기도 하고 뜻밖의 일로 즐거워하며 그런 자신의 우주가 자신에게 작은 특혜를 베풀어주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나날들은 갈수록 우주를 더더욱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완벽한 우주. 인간은 흠집조차 낼 수 없고 낸다하면 그것은 자신들의 인생을 망치는 우주. 아름다운 우주. 자신에게 특혜를, 있을 수 없는 즐거운 순간들을 선사해주는 우주.
하지만 무한한 우주와 달리 아샤의 인생은 유한하고 이 폐쇄된 마을 또한 유한합니다. 그래서 아샤는 다른 것들을 버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즉 우주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기 위해 나아가며 옛 친구와 재회하기도 하고 고쳐야 할 이 마을의 왜곡을 향해 나아가 세상의 전부를 마주합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처음부터 줄곧 존재해왔던 '자신'과요. 그 곳에는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고 마리나도 없고 바딤도 없고 이라도 없습니다. 그저 세상을 향한 사랑만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모든 게 사라집니다. 아무 의미 없이 비정기적으로 퍼지는 '사랑해'라는 전파만을 남기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제가 본 자토의 이야기입니다. 뭔가 말이 주절주절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간결하게 나오네요. 그러니 이번에는 저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보겠습니다. 이게 뭔가 더 많이 나올 거 같으니까요. 저는 자토를 플레이하면서 오늘 할만큼 했다하고 끄고나서 이불에 누우면 울었습니다. 아샤의 삶이 너무 공감됐습니다. 아샤의 나는 특혜를 받고 있고 우주가 아름답다고 하는 독백들이 저의 지금까지의 비참함을 담은 서랍장의 자물쇠를 마구잡이로 열고 다녔습니다. 누우면 온갖 생각이 들기 마련이죠. 저는 꽤 정신적인 고통으로 인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주위는 저의 '객관'으로 보자면 불행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의 기준으로 보자면 나름 행복해야 할 환경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행복해져야 하는 곳에서 행복해지지 못한 건 대체 뭘까? 라고 생각이 듭니다. 특히 초반에는 이도저도 아닌 저의 사고들에 울었습니다. 아사처럼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아사가 동경하는 이라처럼 모든 것에 확고하게 가시를 세우며 내치고 자신의 인생을 저벅저벅 걸어가지도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의 더럽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만 집중하면서 겉으로는 애매하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요...라고 말을 흐리며 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보면서 뭐야 이거 이렇게 진행되는 게 맞는 거야? 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라의 집에 쳐들어가보자 라고 마리나가 바딤도 끌고와서 쓸데없는 이야기로 다같이 들뜨기도 하고 돌 던지면서 놀기도 하고 맛있는 걸 사서 재밌는 영화를 보기도 하고 ????지금 현재진행형인 이지메가해자를 데려와서 피해자와 같이 놀게 하는 거야?????싶었지만 사실 의외로 정말 독하게 증오심을 품지 않으면 사람은 즐거운 흐름에 몸을 맡기기 쉽고 하하호호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또 어떤 면에서는 안타까울 지 몰라도 누군가를 괴롭히고 사는 사람들은 매일 일어나 악의에 가득 차서 의도적으로 사람을 괴롭히지 않습니다.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고 각자의 이유로 약자를 괴롭힙니다. 그러고보니 사람의 악의에 대해서 예전에 아샤와 이라과 대화한 적이 있는데 사람의 악의는 보편적인 것이라는 한 작가의 의견에 이라는 대체로 동조했지만 아샤는 사람의 악의는 그러한 것이 아니며 의도적인 것이 아니기에 그렇게 아주 중요한 가치로서 다룰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때는 저는 그렇기에 더 잔인한 거 아니냐...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것이 아샤의 곡선이었네요. 무한한 곡선.
아샤는 이라와 마리나의 만남으로 자신의 일상에 특별한 즐거움들을 느끼고 그들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지만, 그것은 진상이 밝혀지면서 깨집니다. 작품에서는 아샤, 이라, 마리나가 보지 말아야 하는데 보게 되는 것을 세상의 알고리즘, 코드라고 말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 세 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들은 세상의 보편기준에 벗어나는 순간 보이는 세상의 잔인한 규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라는 그저 그것을 외면적으로 견디는 방법이 굉장히 날카롭고 커다란 아이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는 방식이 전혀 다른 아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강인해 보였겠죠. 하지만 아샤는 작중에서도 몇번이나 지적이 나오지만 이라의 친구가 아닙니다. 제대로 이야기해본 적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아샤의 입장에서는 이라의 존재가 세상이 자신에게 주어주는 특혜같이 느끼고 그 '특혜'라는 시선으로 이라를 볼 뿐입니다. 그래서 이라는 아샤의 그 시선을 알아채는 순간 거리를 두기 시작합니다. 원래 자신이 벌이는 특이한 행동들을 웃음거리로 삼는 것도 기분 나쁘지만 그 장본인의 마음이나 의도를 모르고 말하는 '우와 그거 멋있다'도 상처가 될 때가 있거든요. 아니 상처라기보다는, 세상과 생기는 괴리랄까. 웃음거리는 자신의 존재를 납작하게 누르고 멀어트리는 거라면, '이상화'는 자신의 존재를일그러트리고 이상한 곳에 두는 느낌이거든요.
마리나는 아마 자신 안에 가두는 느낌일 겁니다. 그리고 무시하고요. 그리고 즐거운 사람인 척 행세하는 것일 겁니다. 바딤은 끝까지 무슨 증세가 있는지 안 표현됬죠. 알약을 먹기만 하고 가족만 이상해지고 있다고 말하고 그게 거짓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통'이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초반에는 찌질하고 답없는 인간상 좋아해서 바딤 좋아했는데...아니 지금도 조금 더 다른 캐릭터들보다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하고 싶었던 말은 아샤 제외하고 모두 비슷하게 좋아합니다. 아샤는 싫어한다/좋아한다 라고 판단할 만한 뭔가 그런 이야기의 요소가 아닙니다.
아샤의...세상을 향한 공격이라 해야하나 부정적인 것을 포함한 세상 속에 포함된 아샤라는 개체로서의 표현은 오로지 아샤가 쓴 시 뿐입니다. 저도 시를 완벽하게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작중에서 딱 두 개 드러나는 아샤의 시는 '우와 세상 그지같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눈에 잘 띄니 나쁘지 않네'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완전히 자아가 무너져내려 자신의 이름만을 모스부호로 반복하는 이라에게 작품 초반에 언급된 고맙다면 자신을 위해 시 한 편을 써달라는 시가 후반부에 가서야 수신됩니다. 그리고 이라는 아샤와 눈을 마주치더니 사라집니다. 네 말 그대로 사라집니다.
저는 아샤의 진짜 기분이라 해야하나, 아마 아샤의 속마음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아샤의 또다른 마음을, 자기자신만을 유지할 수 있는 이라 안의 잔인한 세상에 갇힌 이라가 수신한 걸로. 이라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말을 자기 자신의 이름말고 다른 것을 얻고 거의 처음으로 아샤-자신과 비슷하지만 타인과 제대로 마주한것으로 이라의 세상은 완결되버렸고, 그래서 하나의 세상이자 원이 된 이라는 사라졌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걸로 아마 아샤는 알았다고 봅니다. 이라의 존재가 특혜가 아니라 이라가 준 '자신의 비일상적인 행복'이 자신의 세상의 특혜라는 것을.
마을이 붕괴해가면서 아샤가 작중 내내 그다지 긍정적인 언급은 커녕 부정적인 언급도 적었던 부모님이 자아를 잃어서 아마 부모가 새해 선물로 줬을 선물을 미리 꺼내 뜯어서 사용하는 장면은 정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아샤는 왜 부모님과 더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하면서 부모님이 줬을 선물을 열심히 사용하지만, 그것은 다시 안 만날 사람이기에 가능한 행동이었거든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로 가득찬 일기장은 그냥 일방적인 수신도 안되는 이별일 뿐입니다. 그리고 옛날에 모종의 일로 헤어진 소꿉친구와 재회하는데 보다보면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며칠동안 자신에게 준 특혜를 준 인물들의 언행을 합쳐놓은 듯한 인물이라는 걸요. 그리고 그 소꿉친구와 연구소의 탑 위에 올라가고, 서서히 과거의 진실을 알아채면서 옥상에 도착하고.
이제 아샤라는 개체로 살았던 잔재조차 사라집니다. 눈 앞에는 아주 익숙한 자주 봤을 여자애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무언가를 하기 위해 여기에 왔지만 그게 뭔지 몰라서 고민하다가 알아차립니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여자애에게 지금 자신의 가슴에 넘치는 감정을 알려야 한다고 그건 아샤의 말로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저는 아샤가 보편적인 의미의 세상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샤의 세상에서의 세상과 모든 것은 보편적인 의미와 다릅니다. 아니 어쩌면 다른 보편적인 의미와 같을지도요. 오로지 '자신'뿐입니다. 아샤는 삶을 버티기 위해 보는 세상들을 잘라내고 잘라내고 끝없이 잘라내오며 살았습니다. 거기에 타인이 있을 자리는 없고 있어보인 듯 했던 타인도 사라집니다. 눈 앞에는 이름조차 잃은 자기 자신 뿐입니다. 이름조차 없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는 대체 뭘까요. 무한이라는 것은 존재하는 게 맞을까요. 주인공이 아샤일시절에 생각한 우주의 어떠한 왜곡도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무한한 선은 아샤 본인조차 존재할 수 없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해석한 자토의 부제인 I Love the World and Everything In It-'나는 세상과 그 안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의 해석은 '무의미한 신호'입니다.
자주 논의되는 주제가 영원한 것과 무한한 것은 과연 '존재'하는 게 맞냐에서 저는 '별로 아닌 것 같은데...'파입니다. 그래서 아샤의 WORLD와 Everything에는 무한하기에 아무것도 아닙니다. 적어도 아샤의 무한은 무언가를 버림으로서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상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달하기 위해 도착한 탑에서는 자신조차 버린 자신밖에 없었고 수신할 존재도 그 자신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사랑은 표현하고 수신한 순간 '아무것도 아니다'조차 끝을 맞이해버리고 사라집니다. 그리고 '사랑해'라는 말은 주기적으로 그 옛날에 마을이 있었던곳에서 퍼집니다만 누구도 그 의미를 모릅니다. 그저 '사랑해'라는 말일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이것은 한 소년이 세상을 사랑하는 이야기다 하면 '아닌데'해버리고 맙니다.
뭐 자기가 본 자토가 자기의 정답이겠죠. 사람은 자기가 본 세상이 세상의 전부니까요.
사실 그래서 자토는 뭔가 굉장히 거대하고 이상해 보이는 이야기인 동시에 그저 정말 너무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자토의 이야기는 그저 세상과 살기 힘들어 하는 아이들의 나날일 뿐이고 거기에는 극복도 파멸도 없습니다. '완결'만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에게 있어 그 사람의 세상만이 유일한 세상이란 것도 아주 흔한 이야기입니다. 너무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이기에 그래서 외로운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저도 이 이야기를 보면서 느낀 건 정확히 말하면 신대륙 발견!이 아니라 구대륙 도착!입니다. 그저 저의 비참함의 서랍장을 다 열고 다녀주었습니다. 그래서 아마 제가 이 게임의 엔딩에서 받은 느낌은 이 창작을 접함을 통해 얻은 방대한 정보로 인한 블루스크린이 아니라 저 안의 압축파일로 보관된 정보들이 막 풀리면서 데이터과잉으로 인한 블루스크린입니다.
https://youtu.be/K6iAm0hRDdU?si=blv83rmyPRHWzxH5
이런 외로울 정도로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건네준 제작자에게 있어서 제가 건넬 말은, 러시아어를 못하니까 english로 표현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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