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경고를 드리자면 스포를 최대한 배제하고 감상을 적긴했지만 간접적인 스포나 미량의 스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플레이 할 예정이라면 안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게임은 최근 화제가 되는 '인셀남'과 유사한 인물이 주인공이며 기본적으로 작품 전체의 분위기에 연민이 어느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감상은 저의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야기가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적는 방식도 다소 일기같은 면이 있는 걸 감안해주세요.
*정신질환과 선천적인 특성에 관해서 사적인 의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틀렸을 수도 있고 잘못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본 작품은 에로게라 불리는 r18게임이며 노골적인 성적인 장면과 혐오스럽거나 잔인한 장면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잘가를 가르쳐줘,라고 저는 번역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안녕을 가르쳐줘 라는 번역되는 작품입니다. 전파게로서 이름을 떨친 작품이고 엄청나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매니아층에게 계속 팔리는 작품입니다. 원래는 실물판매만 하고 그뒤로 끊겼다가 최근에 dl 판매를 하게 되면서 얻은 수익으로 제작회사가 오랜만에 신작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게임을 제가 플레이 한 건 2023년이지만 게임 존재 자체를 안 건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냥 할 거 없을 때 이 게임에 대해 소개하는 글을 보게 되었고 진상까지 보고 난 뒤 '와 이런 게임이 있구나'하고 넘기게 되었죠. 그 때는 제가 흔히 말하는 서브컬쳐의 r18 게임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이런 게임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은 더더욱 못했기 때문입니다.
잘가를 가르쳐줘는 전파게이자 멘헤라게입니다.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정신병 관련 소재를 괴기한 방식으로 표현한 비주얼노벨입니다. 실제로 작품 내에서 주인공은 욕하는 의미나 비유가 아니라 객관적인 의미에서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이 주인공의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작품은 수많은 묘하거나 기괴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누가봐도 우울한 주인공이 기괴한 괴물과 천사의 꿈에 괴로워하면서 어떻게든 교생실습을 하는 와중, 어딘가 사연이 있어보이는 여고생들과 한 명씩 만나는 이야기, 그러면서 주인공이 어떠한 인물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과거를 가졌는가를 표현, 사실 이 작품은 이게 전부입니다. 딱히 그 이상의 이야기도 연애도 없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작품을 플레이하고 악몽을 꿨다던가 작품 자체가 트라우마로 남았다고 말하는가 하면, 어떤 누군가는 이게 자신의 인생 작품이라고 하기도 하고 이 작품에서 오히려 치유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런 전파멘헤라게가 치유받는 느낌이 들 수 있다고? 과장 아닌가? 라고 저도 생각했지만.
제가 후자였습니다.
정신병과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뇌의 특성 등은 최근에 들어서 많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그에 따른 배려나 사회의 사고방식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지만, 결코 완전하다고 할 수 없고 오히려 아직도 많은 문제점이 남아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남에게 폐를 끼치거나 추하고 더럽게 보이는 정신질환과 특성과 그에 관련된 행동'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입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노력해서 '병'을 떨치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감동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고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편견적인 시선으로 보지 않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겠죠. 한편으로는 이해도가 낮거나 사회적으로 더러워 보이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관련된 행동과 생각에 대해서는 쉽게 비난의 말을 던집니다.
이렇게 자꾸 '문제'라고만 표현하니 너무 애매모호하게 보여서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조현병,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 페도필리아, 동물성애 등의 이상성애에 대해서 저는 '문제'라는 단어로 축약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굳이 ''사이에 넣는 이유는 이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현실의 아동 포르노에 대해서는 극악무도한 범죄라고 생각하고, 아동포르노가 아니더라도 개방된 공간의 창작물 안에서 아동을 섹슈얼한 요소와 엮는 것은 비판받을 일이라 생각하고, 성인물 창작일 경우에도 욕망에 충실히 그리더라도 그리는 본인과 독자들도 욕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러한 '문제'들은 여러모로 타인에 대한 가해에 연결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범죄랑 연관짓기 쉬워지는 건 필연이고 그러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서 사람들이 비난하는 것은 어느정도 그 범죄에 대한 배경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겠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통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한 '문제'를 지닌 사람들 자체를 비난하고 욕하고 존재 자체를 있어서는 안될 것으로 단정지어집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은 '선한 정신병자'과는 별개로 엔터테이먼트화가 됩니다. 존재 자체를 욕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들이 일으키는 이상행동을 비난하는 동시에 구경하고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으로 공개되서 사람들에게 자극적인 미디어로서 보여줍니다. '악한 정신병자'는 공포와 경멸의 대상이자 사람들에게 있어 자극적인 엔터테이먼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왜 이런 정신질환이나 타고난 뇌에 관련된 특성들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냐면 제가 이 작품을 플레이하면서 느낀 것과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리 밝히자면 저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선천적으로 사회의 질서나 규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느렸으며 눈치가 없고 사교성이 낮습니다. 자기 세계에 빠지기 쉬워 주위를 보지 않는 건 물론이고 그 자리에서 잘못된 행동이나 발언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가벼운 우울증과 정도가 왔다갔다하는 강박증을 가지고 있으며 확실하게 사디스트에 약간의 페도필리아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저의 과거를 되돌아봐도 저는 문제아축에 속했고 결코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이런 제 자신이 사회에 어떠한 위치에 속하는지 짐작가는 바는 많았지만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잘가를 가르쳐줘를 플레이하게 되면서 저는 이 기괴하고 추하고 더럽고 징그러운 이야기를 기괴하고 추하고 더럽고 징그럽다고 느끼는 동시에 많은 안정과 치유를 받았고, 마치 '악한 정신병자'가 처음으로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인정을 받는 경험을 한 거 같았습니다.
그냥 기괴한 게임을 너무 올려치는 거 아니냐 싶을 수 있지만 제가 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느낀 솔직한 감상입니다. 선천적으로 그리고 후천적으로 정신질환이란 걸 가진 주인공의 내면과 그 행동에 관해서 이 게임은 연민의 시선은 들어가있을지언정 필터링 하나 없이 전부 만천하에 드러냅니다. 흔히 멘헤라라 불리는 사람들의 자학은 세상에 많은 편이죠.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독보적이라 보는 부분은 그런 멘헤라들의 사회에 대한 공포나 혐오뿐만 아니라 동경과 갈망까지 전부 폭로합니다.저도 보면서 충격을 받은 장면들이 있고 거북한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연민하게 되는 부분도 기겁하게 되는 부분도 정말 전부 드러냅니다. 하지만 오로지 충격적인 것으로만 이것들을 드러내는 게 아닙니다. 하루씩 하루씩 주인공의 이야기와 생각을 보여주면서 그리고 선택하게 되는 특정한 여고생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주인공이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를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충격적인 장면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사회에서 '정상적'이지 못한 특성과 정신질환이란 그럴 수 밖에 없는 거니까요. 그렇게 이 게임은 그런 존재를 보여줍니다. 그저 보여줄 뿐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저는 '사람'으로서 인정받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회의 시선으로 보면, 저라는 존재는 어떻게든 문제가 적은 사회생활을 보내고 있지만 속을 까발려보면 더럽기 그지 없는 인간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저를 인정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또한 나이고 나의 자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산다는 것은 그런 자아를 '문제'라고 생각하는 시선들과 계속 싸우며 살아가야 하는 동시에 내가 정말로 문제인가 이걸 고쳐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고민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겁니다. 저의 이런 특이한 자아에 대해서 고뇌하고 검토하는 건 딱히 유감스럽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민하고 검토해야 하는 건 저 뿐만 아니라 어떤 자아든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고 비난당하고 '재밌는 기괴한 것'으로만 취급받아 그대로의 형태가 아니라 일그러진 형태로만 인식되는 건 괴로울 수 밖에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는 그런 존재를 숨기지 않고 전부 까발리는 것을 통해 그런 존재들을 인정했습니다. 설령 디렉터와 시나리오터의 의도가 그런 게 아니라고 해도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더럽고 징그럽고 추하고 그런 스스로를 인정받고 싶어하면서 부정하고 싶고 어떤 형식이든간에 이 사회에서 살아가려고 하는 걸 싫은 걸 회피하려고 하는 걸 전부 포함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그런 존재가 살아가는 모습을 전부 보여줬습니다. 뭐, 나중에 가면 이 게임의 표현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걸 알아차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간에 이 순간만큼은 전부 보여주는 걸 통해, 주인공과 비슷한 저라는 존재 또한 이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 명으로서 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인정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분명 첫번째 루트를 플레이할 때는 저도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첫번째 루트로 대부분의 진상을 알고 주인공의 인생을 꽤나 엿보고 그걸 통해 저의 인생과 더러운 부분과 그 부분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제 일상을 같이 엿보게 되었습니다. 분명 주인공은 추합니다. 주인공의 사고방식이나 보여주는 모습 특히 여성혐오에 관련된 부분은 최근 화제가 되는 '인셀남'과 매우 비슷합니다. 사실 그래서 이 감상을 쓰는 것도 조금 주저하게 된 게 그런 '인셀남'이 사람을 죽이고 살인 예고를 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이 시국에서 이런 게임에 대한 감상을 쓰는 게 괜찮은 걸까 이런 나의 생각을 드러내는 게 괜찮은 걸까 라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느꼈던 감상이 시간에 스며들어 흐려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정확하게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저랑 비슷하게 주인공에 이입을 해서 자기성찰을 하게 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우리들이 '인셀남'이 되지않기 위해서 자기성찰을 하길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제가 '인셀남'이라 불리는 사람들과 좀 비슷하다는 점은 큰 유감은 없습니다. 다행히 아직 사고를 친 적은 없으니까요. 다만 스스로의 사고방식에 더 조심해야지 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저는 계속 나는 운이 좋아서 범죄를 안 저지른 사람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었으니까요. 오히려 그런 저를 이 게임을 통해 자각하게 되면서 저에 대해 더 알게 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알 수 있어야지 대처를 더 잘 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또 언제나 사람들은 스펙트럼 위에 살아가고 있으며 '인셀남'이라 불리는 모습들이 사람과 분리된 괴물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저는 '인셀남'들이 벌이는 사건에 대해서는 절대 옹호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벌이는 짓에 굉장히 불쾌하며 그 영향에는 참담한 마음까지 들고 한창 일이 일어났을 때는 패닉에 빠져 한동안 제대로 된 정신상태로 지내지 못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사회의 일면이며 누구나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저 자신을 인정하게 되고 난 뒤의 스토리 진행에서는 별로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미 인정한 저의 모습이니까요. 충격적인 장면에서도 그냥 오히려 서글픈 감정만 느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지니게 된 면모 중 하나였으니까요. 주인공에 대해 이해할 수 있으니까 충격이 별로 충격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주인공과 저 자신에 대해 되짚어 보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작품의 직접적인 스토리를 거의 건드리지 않고 감상을 말하는 이유는 최대한 모든 걸 직접 보고 판단해줬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작품은 2001년에 나온 작품이라서 지금 보면 문제가 많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혐오스러운 그림이나 묘사가 꽤 많고 그걸 빼더라도 여성혐오적인 시선과 (당연하지만)대상화가 많습니다. 흔히 에로게라 불리는 게임에 내성이 없는 사람, 일본 서브컬쳐의 남성시선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은 안 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래도 저는 이 게임에서 정말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나를 되돌아보고 사회를 보고...무엇보다 더럽고 추악한 저 자신에 대해 저 또한 살아있는 한 사람이라고 승인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느낌을 최대한 그대로 받아줬으면 합니다. 뭐 여기까지 이야기한 시점에서 너무 많은 걸 이야기해버렸지만요..........죄송합니다............
완벽하고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만약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한 번 해볼 법 하다고 생각하면 진짜로 꼭 플레이하기를 강력 추천드립니다. 제가 너무 이 작품에서 제가 느낀 개인적인 부분만 늘어놓았지만, 주인공의 독백이나 묘사 표현의 질도 굉장히 높고 주인공의 내면에 대해서 굉장히 임팩트 있는 동시에 미칠 거 같이 진득하고 냄새나게 보여줍니다. 연출들도 이런 방식으로 내면을 표현하는 구나 이런 방법으로 혼란과 모순을 보여주는구나 하면서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음악이나 그림의 퀄리티도 흔히 말하는 범접할 수 없는 고퀄은 아니지만 이 게임만의 세계관을 만들기에는 매우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내용을 포함하든 포함하지 않든 비주얼노벨로서도 되게 독보적인 작품이며 이런 작품이 또 있기는 매우 힘들 겁니다. 내용만으로도 이 정도로 이런 존재에 대해 까발리고 폭로하고 그럼으로서 하나의 사람으로서 보여주는 작품은 절대 흔치 않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주인공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 하더라도 작품 자체는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저로서는 강력 추천하다 못해 반드시 해주길 바랍니다.
저 개인으로서는 이걸 보는 당신이 누구든지 이걸 꼭 플레이해줬으면 합니다. 하고나서 욕을 하든 쓰레기라고 하든 상관없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사실 추천하기 힘든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저의 이기적인 마음으로는 꼭 해달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동인 한글패치가 나왔습니다!!!!!!!!!!!
https://lisianthius-2nd.tistory.com/59
[한글화] 안녕을 가르쳐줘
- 현실과 허구의 구별이 되지 않는 분- 살아있는 것이 괴로운 분- 범죄 행위를 할 예정인 분- 뭔가에 매달리고 싶은 분- 살인벽이 있는 분※이 게임에는 정신적 혐오감을 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
lisianthius-2nd.tistory.com
한글패치 나와달라고 빌다가 번역기라도 돌려달라고 외쳤는데 너무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일본어 안되시면 이 한글화를 통해서 플레이해주세요
두서없는 감상인지 독백인지 알 수 없는 글을 봐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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