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2022. 10. 3. 21:38

저는 사실 여-여간의 연애를 남-녀간의 연애에 비교하면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한 때 이 블로그를 백합 블로그로 운영해놓고는...저는 진짜 취향이 메타몽입니다. 하지만 백합...여성과 여성의 다양한 관계를 망라하는 이 단어, 백합은 좋아한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의 백합을 찾는 여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정에는 고통과...실패도 따르기 마련이죠.
어느 날 비주얼노벨을 찾아보던 도중 한 작품을 알게되었습니다. 기억상실인 주인공, 죽어도 죽은 방법만 알아내면 다시 되살아나는 학교, 거기에 갇힌 학생들, 그리고 크툴루와 백합, 너무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게다가 플레이한 사람들이 다들 너무 재밌게 플레이한 거 같았습니다. 한국어판이 처음 보는 사이트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어떻게든 지르고 플레이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실패했습니다.
일단 단적으로 말하자면 재밌는 소재를 다 갔다놓고도 이야기가 심심합니다. 이런소재 저런소재 다 갖다놓고 이리저리 사용했는데도 딱히 크게 재밌는 장면은 없었습니다. 작품 전체적으로 뭔가 끌어오르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묘사가 담백한 게 아니라 그냥 좀 부족합니다. 그냥 아무것도 안 바른 식빵을 물과 함께 씹는 거 같습니다. 작품과 마찬가지로 캐릭터들도 심심합니다. 그들도 각자 과거가 있고 다른 캐릭터와 관계가 있고 여기에 있는 이유가 있지만 그게 딱히 인상깊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잘 풀어내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심심하게 풀어냈습니다. 자꾸 심심하다 라는 말은 반복하네요. 근데 전체 감상이 심심하다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식빵과 물... 게임 연출같은 건 나름 멋지게 했지만 그렇다고 부실한 게 보완되지는 않습니다. 살인 정리나 과거 정리에 나오는 간단한 그림애니연출은 괜찮았지만..그게 제일 좋았던 거 같습니다. 학교에서 살인이 벌어지고 추리를 해서 되살리는 의식...모두 거기에 익숙해진 거라면 그 광기라던가 부조리라던가 그런 것도 있어야 하는데 그냥 정말 게임하듯이 할 뿐이고...보는 저도 점점 덤덤해져서 '아 그래'로 끝날 뿐입니다.
그리고 대망의 크싸레(백합) 파트. 이걸로 뭔가 이 심심한 감상을 뒤집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봤습니다.
식빵과 녹차였습니다.
그냥 물이 녹차로 바뀐 정도였습니다. 그것도 티백 녹차. 심심한 작품은 결국 심심한 작품을 뒤집지 못했다는 씁쓸한 맛...이 더해진 게임. 크싸레는 맞지만 그냥 크싸레가 거기에 놓인 거 뿐입니다. 심심한 작품답게 과거와 진상 설명을 심심하게 할 뿐이었습니다. 그 파트를 풀어낼 때 한 층 더 달아오른다던가 그런 것도 없습니다. 그냥 하던대로 그냥 재료를 늘어놓았을 뿐입니다. 그리고 결말도 잘 모르겠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건 알지만 그걸 게임 전체로 잘 풀어냈냐? 하면 아닙니다. 그냥 결말에서 하고싶은 말을 그냥 했을 뿐입니다.
이 게임을 해서 즐거웠던 것도 아니고 뭔가 감명받은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취향인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식빵과 물...과 녹차를 먹었습니다.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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