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작성일 2023. 6. 1. 23:43

일단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 작품은 일본의 19금 게임이고 성관계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즉 에로게이자 야겜입니다. 또 미리 주의하자면 흔히 말하는 강제적인 성관계 장면이 많습니다. 여기에 불쾌감을 느낀다면 안 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하지만...글 쓰는 솜씨가 있는 작가의 손과 흥미진진한 스토리 인상깊은 주제를 통해 저한테 잊기 힘든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스토리의 문제가 아니라 주제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 불만이 있어서 여러모로 누구에게나 추천하기 힘든 작품이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해줬으면 좋겠어서 최대한 스포는 안하도록 노력하지만 이미 많이 잊혀진 작품의 매력을 들이밀기 위해 스포를 조금씩 포함해가면서 리뷰를 남깁니다. 직접적인 스포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작은 스포들과 게임 전후반의 스토리 분위기는 알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만약 최대한 모르는 채로 즐기고 싶다면 홈페이지에서 작품 줄거리를 보고 재밌겠다 싶으면 꼭 플레이해주세요. 저에게는 굉장히 인상에 깊은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미리 말하자면 한글 패치가 있습니다.
작품의 줄거리는 츠카사라는 청년이 자판기에서 마실 것을 사기 위해 밖에 있었을 때 9.5도의 강진이 도시를 강타하면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걸로 시작합니다. 주위가 어떻게 됬는지 확인하려는 와중에 사람을 부르는 목소리와 그 목소리를 따라하는 어린 듯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곳에는 잔해에 깔려 누가봐도 살릴 수 없는 여성이 옆의 여성을 자폐인 자기 여동생이라 소개하고 부디 그 아이가 살아남도록 부탁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승낙하는 순간 이 상황에서 어떻게 이 아이가 살아남나며 부디 지금 죽여서 고생과 고통없이 가게 해달라고 빌다가 죽어버립니다. 주인공은 아로에라는 그 자폐여성을 데려가며 이 지진이 강타한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면서 이 지진이 강타해 도시의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이 상황에서도 살아남으려 하는 사람들, 사람을 모아서 생존과 미래를 모색하는 사람들, 미쳐버리는 사람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 기뻐하는 사람들...여러 사람과 만나면서 주인공뿐만 아니라 많은 주역들이 생각을 하고 행동을 선택합니다. 많은 일들은 가끔은 희망과 미래를 보여주지만 대부분은 충격과 사람이란 것 자체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주인공은 있지만 반쯤은 군상극인 스토리 구조입니다. 플레이 시간은 10시간 전후 주인공 포함해서 전원 풀보이스입니다.
주인공인 츠카사는 처음에는 그냥 평범하게 말이 좀 없는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피아노와 생존을 통해 그 내면을 보면 어지간히 올곧으면서 그 올곧음이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다소 일그러져 있는 재밌는 캐릭터입니다. 다른 주역들도 처음에는 가족의 이야기나 이런저런 불평을 하면서 일상적인 평범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각자의 마음과 여러가지 모습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솔직해지기도 하고 자기와 조금이라도 마주하기도 하지만 생존이 위협당하는 상황 속에서 점점 마음이 망가지는 사람들도 나타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태도를 취하든 점점 등장인물들은 막다른길로 몰아넣어집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야기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여러가지 보여줍니다. 단번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없지만 다들 한번씩은 생각을 해보게 만들어 줍니다. 특히 주인공인 츠카사의 무섭도록 올곧고 앞만 바라보는 방식이.
주제뿐만 이야기 자체도 흥미진진합니다. 일단 재난물이라는 것 자체가 긴장감이 떨어지기 힘듭니다. 그 와중에 다양한 도덕적 딜레마와 판단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위기도. 그 위기는 미래에 언젠가 터질 폭탄을 어떻게 건드려야 하는가 하는 것인가 하면 지금 당장 주위사람이나 자신의 생명이 좌지우지 되는 것 등등 다양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절박한 사람들이 발을 굴리면서 결국은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곳에서 오는 절망감과 초조함. 그리고 누구의 의견도 맞는 것처럼 보이면서 던져지는 질문들. 개인적으로는 이런 건 즐겁습니다.
결국 무슨 이야기이냐고 하면 점점 악화되어 가는 재난 상황에서 희망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희망이 정말로 찾아지는 걸까 그 사람의 희망은 다른 사람에게도 희망일까. 그것또한 의문인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비극으로 끝나는 게 정해져있다면 포기하는 게 정답일까요. 그럼에도 노력하는 게 정답일까요. 주인공 츠카사는 원래는 천재 피아니스트였지만 사고로 재능을 잃고 그럼에도 계속 피아노를 칩니다. 그 행동은 점점 악화되어가는 재난 속의 사람들의 악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완송이라는 건 백조가 죽기 직전에 내는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노랫소리입니다. 작중에서 언급되나 등장인물들은 그걸 부정합니다. 마지막의 그 비참한 순간에 그런 게 나올 리가 없다고 합니다. 이 뒤에 그래도 그럴 수 있어! 라고 명확하게 긍정하는 전개는 펼쳐지지 않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주인공은 행적을 이어갈 뿐입니다. 그저 아직 살아있으니까, 죽지 않았으니까, 그러니까 이걸 모두 보고있는 신에게 한 방이라도 먹이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그 집착은 어떻게 보면 무섭고 어떻게 보면 아름답습니다. 포기와 회피로 얻는 안정을 버리고 죽도록 고통받고 보상받지 못하더라도 노력하고 비참하게 끝난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는 것 자체가 아름다운 스완송인 걸까요. 아니면 무서운 저주인 걸까요.
어떤 엔딩에서 아름답게 보여주는 눈부신 희망 또한 그건 분명 누구보다 올곧고 바른 희망이지만 그게 옆사람에게도 희망일까. 이뤄질 수 있는 희망일까 라는 의문을 같이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 그걸 희망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미리 말하자면 전 진엔딩은 플레이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노멀엔딩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히 말할 수는 있지만 이 작품의 엔딩으로서는 너무나 완벽했습니다. 전 그걸 보면서 한동안 여운에 잠기고...그러다가 주위에 무작정 해보라고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진엔딩은 볼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노멀엔딩이 제가 정한 이 작품의 엔딩입니다
물론 불만이나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전 이 게임을 그만하고 딴 게임이나 해야지 삭제하자/아니야 그래도 뒷내용이 궁금해 다시 다운로드를 총 5번 반복했습니다. 그 정도로 중간에 안 좋은 의미로 의욕이 끊겼습니다. 왜냐하면 작품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여러 생각들이 공감하거나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만한 것들이 제법 있지만 중간중간에 시스젠더 남성의 생각이 짙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제각각이니까! 라는 어중간한 깊이의 안이한 느낌의 전제로 최대한 모든 생각과 사상을 허락하고 긍정하려는 전반적으로 가벼운 자세는 보면서 질리는 구석이 있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의 아버지...쓰레기남자에게서 멋진 의미를 찾으려 하고 그래도 멋진 녀석이었어 라는 전개는 지금으로서는 불쾌하기까지 합니다. 조금 1990년대의 남작가의 한국소설을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국 이런 작가의 작품이 다 플레이하면서 날 만족시킬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열심히 플레이했고 엔딩을 보는 순간 불만이 눈 녹듯이...절반은 사라졌습니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마음에 안 들지만 그렇지만 그런 방식으로 풀어낸 생각과 전개로 도달하게 된 이 엔딩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플레이어는 결코 그 다음 이야기를 상상할 수 없는 그 눈부신 엔딩은 저한테 분명하게 남았습니다.
아 그리고 자폐 특성을 가지고 있는 아로에의 비중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좀 더 아로에를 이야기 전개를 위한 도구보다는 그 아로에라는 개인의 이야기를 더 보여줬으면 했지만 관련 이야기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딱 아쉬운 정도.
캐릭터들은 개인적으로 가장 귀엽다고 느낀 인물은 히바리,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츠카사, 후반부에 주가가 확 오른 건 유카, 가장 매력적인 건...노조미였습니다. 히바리는 첫인상은 '아~ 재난물이라고 민폐끼치고 억지부리는 여캐를 굳이 넣어서 마음대로 안 돌아가는 상황에 매운맛을 보게하는 전개를 하고싶구나....'라고 작가의 호감도가 떨어졌지만 도리어 자기 생각을 굉장히 분명히 하면서 모든 것에 솔직한 동시에 착하고 남을 순수하게 위할 줄 하는 아주 귀여운 아이였습니다. 가장 행복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츠카사는...사실 매력은 잘 모르겠지만 그 미칠 거 같은 올곧음과 침착함은 지금도 흥미롭습니다. 주위에 휘둘리면서 결코 바뀌지 않는 그의 목표는 이 이야기에 반드시 필요했던 것입니다. 유카는 그냥 사연이 좀 있는 주인공의 히로인인 줄 알았는데 후반부의 행동이 의외로 인상이 깊었습니다. 왜 그 과거로 거기까지 생각하게 된 건지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 행적들에는 약간의 경악과 그 마음의 어둠의 깊이를 얕은지도 깊은지도 쟤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노조미는 조역 중에서도 비중이 많은 편이고 제가 사랑하는 유형의 캐릭터입니다. 지금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달려드는 그 단란적인 생각, 공허한 상태에서 그걸 메우듯이 온갖 비열한 감정과 행동을 불려나가는 그 모습, 그럼에도 누군가를 갈구하고 불행을 버리고 행복해지고 싶다는 그 모습은 진짜 제 취향입니다.
그리고 글 자체도 제 취향으로 게임 스크립트라기 보다는 소설에 가까운 형식으로 읽는 맛이 나는 문체입니다. 문장과 묘사를 따라가다 보면 이 재난상황들을 저또한 상상하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브금과 다소 칙칙한 그림체와 주인공과 스토리로 형태를 맺어가는 작품 특유의 격렬하고 잔인하면서 어딘가 잔잔함을 품은 분위기도 매력적입니다.
부디 재난물과 사람과 희망에 대해서 관심이 가신다면 플레이해주면 정말...정말 고맙겠습니다...리뷰라던가 감상도 남겨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판매는 dl site 와 fanza games에서 하고 있습니다. 3000엔 정도 하는 가격이지만 할인을 하면 1500엔~1000엔 정도로까지 내려갑니다. 할인은 자주 하는 편입니다.
한글 패치는 여기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호불호가 나뉘는 건 눈에 보이는 게임이지만 상관없습니다(?) 누구라도 좋으니 한 명이라도 더 이 게임을 해줬으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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