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작성일 2024. 11. 3. 15:41

외국인에게는 좀 어려운 원문버젼을 읽어서 놓친 내용이나 눈치재지 못한 부분 느끼지 못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야밤에 총 단편 세개로 구성된 이 소녀 지옥이라는 작품을 다 읽고는 이거 꽤 물건이다 싶어서 간단하게 리뷰를 씁니다. 그리고 비슷한 형식의 단편 세 개로 구상된 작품인 동시에 이 리뷰에는 해석도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일러가 포함된 리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작품의 내용을 다 다루거나 결말을 밝히거나 하지는 않지만 작품 전체의 내용이 어떤 형태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소녀 지옥이라는 작품은 sns의 지인에게 추천을 받아서 읽기 시작한 작품인데요. 처음에는 이름만으로 여학교 배경의 음습한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그런 작품일까 생각했는데 세 작품 다 각 메인은 일단 성인은 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구전이나 편지 등 직접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행동을 지금 묘사하는 게 아닌 대체로 이미 지나간 이야기를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소설인데 이 형식에 관한 감상은 나중에 때가 되면 말하고, 일단 일본 특유의 음습한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작품은 맞습니다만 그 음습함을 더더욱 추구해서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세 작품에서 중심이 되는 여성 셋은 다 말하는 내용이나 모습을 보자면 어딘가 깊은 곳에서부터 비틀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눈에 띄는 직접적인 공격으로 나타나기 보다는 수동적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동시에 소녀 지옥은 남존여비가 더더욱 심했던 그 시대상을 잡기도 합니다.
수동적인 공격은 대체로 여성이라는 성별의 특징으로 지금도 사회에서 묘사됩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를 보면 직접적인 공격성을 억압당하는 사람들은 수동적인 공격을 표출한다고 합니다. 사회로부터 여성이라는 성별이 주어진 사람은 원래 그렇다는 게 아니라 환경에 의해 그런 공격성을 주로 표출하게 된다는 겁니다. [소녀들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으면 더더욱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 수동적인 공격을 통해 묘사되는 인물상입니다만, 그게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화자에 의해 꾸며진 이야기인지 독자는 구별한 방도가 없습니다. 아까 말했던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형식이 이야기를 더 독특하게 말하는 겁니다. 화자에게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화자의 마음이 진짜로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고 그걸 본 걸까? 하는 그런 생각을 어딘가 괴상한 구석이 있는 이야기가 더더욱 자극합니다. 특히 수동적인 공격이 주인 내용의 특성상 의문은 더더욱 깊어집니다. 수동적인 행동은 그 행동을 하는 사람조차 자기가 왜 이런 행동을 벌이는지 알기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여성억압을 비판하는 작품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틀리지는 않지만 그게 메인 정답이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아니 여성억압을 비판하는 작품일 수도 있지만 단순히 피해를 받은 여성의 이야기라고 하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중심이 되는 각 작품의 인물, 세 여성의 행동들을 보며 느끼지만 그들의 행동은 오로지 욕망에 의해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큰 대의나 목적 그런 게 아니라 중심이 되는 여성들의 욕망입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특별해지고 싶다'라는 욕망을 가집니다. 모든 사람이 그럴 수는 없지만 사회로부터 남성이라는 성별을 부여받은 사람에게 그럴 수 있는 자유와 동시에 특별해지라는 압력을 받지만 일단 이 작품은 남성은 그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게 중심이니 거기에 시점을 맞춰 이야기하겠습니다.
남자들은 특별해지고 싶은 욕망을 표출할 수 있습니다. 그게 오히려 권장되는 사회이니까요. 실제로 세 작품에 나오는 남성들도 자기들이 얻고 싶은 지위나 명예 부 혹은 개인적인 욕망을 표출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그런 게 쉽게 허락되지 않죠. 그리고 표출되지 못한 것들은 일그러지기 마련이고 그게 드러나는 양상을 그린 게 소녀 지옥이라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나오는 여성 셋 다 이 세상에서 특별한 무언가가 되고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은 얌전하고 예쁜 배경이 되길 원하는 세상에서 그 욕망은 억압당하고 일그러집니다. 하지만 결국은 그게 세상밖으로 나와 움직이기 시작하면 언뜻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불가해한 괴물처럼 보입니다.
단편의 순서도 이 사회에서 보기에 불가해한 괴물-억압된 욕망을 파멸적인 형태로 표출하는 여성을 알기 위한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첫 단편과 마지막인 세번째 단편의 화자와 표현방식을 비교하면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소녀 지옥]이라는 타이틀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부터 궁금했습니다만, 저의 해석으로는 태어날 때부터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억압당한 여성에게 있어 이 사회는 지옥이며, 이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욕망을 일그러진 방식으로 표출해 지옥의 혼돈의 일부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셋 다 성인인데 '소녀'라는 타이틀이 붙은 건 성장의 과정에서 욕망을 표출하거나 해소하지 못해 응어리진 사람들은 그 시절을 질질 끌기 쉬워지고, 보통 특별해지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되는 시작은 청소년 시기이기에, 즉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욕망의 표출이기에 소녀라는 단어를 붙인 게 아닐까라는 해석을 했습니다.
깔끔하고 말끔하고 사회를 비판하기만을 위한 작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느꼈고 주위사람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었는데 이런 여성에 대한 작가의 취향도 심히 들어간 것 같고 자연스럽게 음습하기보다는 우와- 장난아닌데- 장난아니야- 하는 일종의 '쇼'를 보는 듯한 반응이 나오게 하는 느낌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표현하고자 하는 걸 강렬하게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저는 이 작품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본 작품을 좋아한다면 재밌게 읽고 동시에 해석하는 맛도 있는 특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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